우리 집에 작은 괴물이 온다

임산부가 피해야 할 음식

병원에서 8주 4일이라는 말을 듣고 집에 온 날, 아내가 제일 먼저 한 건 검색이었다.

그리고 30분쯤 지나서 이렇게 말했다.

아내: "먹을 게 없는데?"

나: ?

옆에서 같이 봤는데 정말 그랬다. 회 안 됨, 커피 안 됨, 팥 안 됨, 파인애플 안 됨, 식혜 안 됨. 이 글에서 안 된다고 한 게 저 글에서는 괜찮다고 하고, 근거는 아무 데도 없었다. 다 누가 어디서 들었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식약처랑 보건복지부 자료를 직접 찾아봤다. 찾고 나니 두 가지를 알았다.

진짜 조심해야 하는 건 생각보다 적었고, 그 대신 훨씬 확실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제일 많이 보이던 것들은 대부분 근거가 없었다.

진짜 조심할 건 '안 익힌 것'

임신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던 식중독균이 문제가 되고, 그중 리스테리아는 태반을 넘어간다. 엄마는 가벼운 몸살 정도로 지나가는데 아이한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무서운 부분이었다.

정리하면 이렇다. 익히면 다 죽는다. 그래서 목록을 외울 필요가 없다. 완전히 익혔는가만 보면 된다.

  • 날생선과 해산물 — 회, 초밥, 생굴, 양념게장
  • 덜 익은 고기 — 육회, 레어 스테이크, 덜 익은 패티, 살라미·하몬 같은 생햄
  • 덜 익은 달걀 — 반숙, 날달걀을 그대로 쓰는 소스, 안 익힌 커스터드
  • 살균 안 한 유제품 — 브리·카망베르 같은 연성 치즈, 생우유
  • 생새싹채소 — 무순, 알팔파

우리가 헷갈렸던 게 치즈였다. 아내가 치즈를 좋아해서 이제 다 못 먹는 줄 알았는데, 마트에서 파는 국산 제품은 대부분 살균 공정을 거친다. 문제가 되는 건 살균하지 않은 생우유로 만든 것들이다. 포장에 살균 여부가 적혀 있으니 그것만 보면 된다.

생선은 금지가 아니라 양이었다

이게 제일 잘못 알려진 부분이었다.

식약처는 임신부에게 생선을 먹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주에 몇 그램까지라고 한다. 생선은 태아 신경 발달에 필요한 영양이 있어서, 안 먹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게 자료의 입장이었다.

생선 일주일에
일반어류 + 참치통조림 (고등어, 갈치, 꽁치, 광어, 대구, 명태, 멸치 등) 400g 이하
다랑어·새치류·상어류 (참치회, 황새치, 청새치, 상어) 100g 이하, 주 1회

여기서 우리가 틀리게 알고 있던 게 하나 있다.

400g은 참치캔만 400g이 아니라, 그 주에 먹은 생선을 전부 합쳐서 400g이다. 고등어구이를 먹었으면 그만큼 빠진다. 식약처 안내는 한 번에 60g씩 일주일에 여섯 번 정도로 나눠 먹으라는 쪽이다. 100g짜리 참치캔 기준으로 한 번에 5분의 3쯤.

참치캔은 또 따로 봐야 한다. 통조림에 쓰는 가다랑어는 횟감용 참다랑어보다 메틸수은이 10분의 1 수준이다. 그래서 참치캔은 일반어류와 같은 칸에 들어가 있다. 참치회랑 참치캔을 같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술은 예외가 없고, 커피는 하루 300mg

술은 한 잔도 안 된다. 여기엔 안전한 양이라는 게 없다. 알코올은 태반을 그대로 통과하는데 태아는 그걸 분해할 효소가 없다.

커피는 다르다. 식약처 기준으로 임신부는 하루 300mg 이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대략 100~150mg이니까 두 잔쯤 된다.

다만 두 가지를 같이 알아야 했다.

하나는 커피만 세면 안 된다는 것이다. 녹차, 홍차, 콜라, 에너지음료, 초콜릿에 다 들어 있다. 하루 총량으로 세야 한다.

또 하나는 임신하면 카페인이 몸에서 훨씬 늦게 빠진다는 것이다. 평소엔 5~6시간이면 되는데 임신 중엔 18시간까지 걸린다고 한다. 저녁에 마신 커피가 다음 날까지 남아 있는 셈이다.

참고로 미국 FDA와 영국은 200mg을 권한다. 우리 기준보다 엄격하다. 우리는 그래서 그냥 하루 한 잔으로 정했다.

인터넷에서 본 건 대부분 근거가 없었다

솔직히 우리도 반은 믿고 있었다. 찾아보니 이랬다.

  • 파인애플 — 자궁을 수축시킨다는 브로멜라인은 주로 심지에 있고, 우리가 먹는 과육에는 극소량이다. 하루에 몇 통씩 먹지 않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 팥·녹두·율무 — 몸을 차게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근거가 없다. 떡이나 죽으로 먹는 정도는 상관없다.
  • 식혜 — 엿기름이 젖을 마르게 한다는 건 출산 후 이야기다. 임신 중에 마시는 건 태아와 상관없다. 다만 당이 많으니 그것만 주의.

대신 진짜 조심해야 하는 게 하나 있었다. 몸에 좋다는 한약재다. 인삼이나 알로에 같은 걸 임의로 달여 먹거나 오래 복용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여기는 "괜찮다"는 자료가 아니라 "전문가와 상의하라"는 자료밖에 없었다.

영양제는 두 개면 됐다

이것저것 사려다가 알게 됐다. 임신 초기에 꼭 챙기는 건 사실상 두 개다.

엽산. 신경관 결손을 막기 위해 먹는다. 임신 전부터 임신 12주까지가 중요한 시기다.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으로 임신부 권장량은 하루 620µg, 상한은 1,000µg이다. 시중 제품은 대개 400~800µg이라 하나만 먹으면 넘을 일이 없다.

철분. 임신 중기부터 필요해진다. 보통 16주부터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게 우리가 늦게 알아서 아까웠던 부분인데,

보건소에서 무료로 준다.

엽산제는 임신 12주 이내에 신청하면 3개월분, 철분제는 16주부터 5개월분을 준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한다. 우리는 이미 사고 나서 알았다.

임신 중에 챙길 것과 신청 기한은 → 임신 확인하고 해야 할 일 — 시기별 체크리스트

비타민D나 오메가3는 사람마다 다르다. 검사 결과를 보고 정하는 게 맞아서, 우리는 다음 진료 때 물어보기로 했다.

오히려 조심해야 하는 영양제도 있다

영양제는 많이 먹을수록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비타민 A가 그렇다. 레티놀 형태로 많이 먹으면 태아 기형 위험이 올라간다. 한국인 영양섭취기준의 상한은 하루 3,000µg RAE다. 하루 4,500µg 이상 먹은 임신부에게서 위험이 높았다는 관찰 연구가 있다.

문제는 이게 겹쳐서 넘어간다는 점이다. 종합비타민 하나, 임산부 영양제 하나, 여기에 간유(대구간유) 같은 걸 더하면 모르는 사이에 넘길 수 있다. 라벨을 보고 합산해야 한다.

당근이나 호박에 든 베타카로틴은 다르다. 몸이 필요한 만큼만 비타민 A로 바꾸기 때문에 채소로 먹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레티놀이 든 화장품도 임신 중에는 피하라는 게 일반적인 안내다.

실수로 먹었다면

이게 사실 제일 궁금한 부분일 것 같다. 아내도 그랬다.

회 한 점, 반숙 달걀 하나 먹었다고 바로 큰일이 나지는 않는다. 구토, 설사, 발열 같은 증상이 없으면 지켜보면 된다. 불안하면 다니는 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보는 게 검색보다 빠르다.

다만 술은 좀 다르다. 임신인 줄 모르고 마신 건 어쩔 수 없다. 알고 난 다음부터 안 마시면 된다. 그건 지난 일이라 걱정해봐야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정리하고 나니 아내가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먹으면 안 되는 목록을 외우는 것보다, 익혔는지 / 얼마나 먹었는지 두 가지만 보면 되는 문제였다. 인터넷에서 본 것 중 절반은 그냥 안 해도 되는 걱정이었고.

지금 몇 주인지는 → 임신 주수 계산기


2026년 9월 기준. 내용은 아래 자료를 보고 정리했고, 바뀌면 이 글을 고쳐서 올린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신·수유 여성과 어린이 생선 안전 섭취 가이드
  • 식품의약품안전처, 카페인 일일섭취기준
  • 보건복지부·한국영양학회,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일반적인 안내라서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지병이 있거나 약을 먹고 있다면 담당 선생님께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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